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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고독 - 박형숙 소설집

    제목 : 아홉 번째 고독 - 박형숙 소설집
  • 저자 : 박형숙
  • 등록일 : 2017-02-21
  • 출판사 : 실천문학사
  • 출판일 : 2016-08-26
  • 공급사 : 우리전자책  
  • 지원기기:PC iPhone, Android Phone iPad, Galaxy Tab

형태

XML

용량

48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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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인간은 제각각 자기만의 고독 속에 빠져들고 만다.”

2006년 『부치지 않은 편지』 이후 8년 만에 박형숙의 신작 소설집 『아홉 번째 고독』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됐다.
총 일곱 편이 실린 박형숙의 소설집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불륜이다. 불륜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사랑과 함께 오랜 세월 문학의 소재이자 주제였다. 어쩌면 그렇기에 불륜은 진부할 수 있는 주제다.
그럼에도 많은 작가가 불륜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은 그것이 어떤 불편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났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보듯 불륜은 언제나 사랑이라는 대척점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불륜 당사자들의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 그리고 그 행위에 대한 명분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박형숙의 불륜에서는 이 명분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명분의 불가능을 증명하는 여러 시선을 교차시킨다.

‘불륜’이란 가능한 것일까.

첫 번째 작품 「풀 스토리」는 영수가 친구인 태환이 자신의 아내 미령과 관계 맺은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친구의 배신과 아내의 부정에 분노와 혼란을 느끼는 영수, 미령에게서 욕정과 집착을 반복하고 이내 후회하는 태환의 시점을 오가는 이 소설에서 미령만이 태도를 불분명하게 하며 두 남성을 혼돈으로 이끈다. 두 남성은 서로 미령에게 이 관계의 근거를 추궁하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두 번째 작품인 「한낮의 꿈」에서는 화자인 현우가 아내와 아이가 없는 한낮에 대학 동창의 아내인 미희를 집으로 불러들여 관계를 맺는다. 현우는 그저 지금에 충실하라고 말하며 미희와 마초적인 섹스를 즐기지만, 한편에서 미희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불안을 느낀다. 미희는 그 불안이 오히려 현우 자신의 이중성임을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현우를 분노케 한다.
「린의 수치」에서는 시인 지망생인 여대생 린과 관계를 맺은 뒤 파국을 맞고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대학 강사가 몇 년 뒤 우연하게 린과 다시 재회하면서 시작한다. 대학 강사는 옛 애인과 결별하고 깊은 좌절에 빠진 린과 죄책감을 느끼며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자신은 그녀에게 구원자라는 의식을 갖는다. 그러다 결국 관계가 대학 내에 폭로되고 린에 대한 분노를 간직한 채 다시 만나지만, 자신이 린의 수치심의 근원이었음을 알게 되자 오히려 수치심을 나약한 인간만이 갖는 것으로 치부하고 돌아선다.
박형숙은 불륜 당사자들이 그것에 대한 자의식이 발현하는 순간 금기의 위반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든 메꾸려 해도 사실상 잠정적인 파국으로 끝맺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파국은 남성들이 갖고 있는 이중성과 자기기만을 드러내거나, 남성 못지않게 적극적인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갖는 모순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였다. 그러한 욕망의 실현은 하나의 현실 안에 또 다른 현실을 들여놓지 않을 때만이 가능했다. 사랑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미희의 입술에 대한 욕망을 느낄 때 그녀는 내 앞에 놓인 하나의 여자일 뿐, 내 동창 진석과는 무관한 존재이듯이.(「한낮의 꿈」, 49쪽)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한단 말인가?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걸 어떻게 믿지? 다른 여자들 또한 미령과 같지 않으리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지?(「풀 스토리」, 35쪽)

여기서「풀 스토리」라는 단편은 역설적으로 불륜에 있어 풀 스토리가 가능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지금에 충실한 욕정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기 마련이며 또 다른 욕정의 관계를 예견하게 함으로써 소통의 불가능을, 즉 불륜의 현실이나 불륜 이전의 현실 모두를 아우를 수는 없음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아홉 번째 고독」은 불륜이 갈라놓는 양 현실 모두의 서사적 불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무사의 아내와 소설가가 현실 속에서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이 관계를 한 편의 소설에서 역할극을 진행하는 또 다른 ‘현실’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들은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의 세계”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허구의 세계”든 “현실의 세계”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서 이 둘 모두 서로 엇갈리는 상황을 연출한다. 작중 소설가의 사랑이 아홉 번 모두 고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밖에 아내와 그녀의 대학 동창의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비행」), 결혼했음에도 수많은 남성들에게 집적대는 ‘암사마귀 같은’ 여자와 그와 반대로 뭇 남성을 징그러운 뱀처럼 여기는 이혼녀(「칠월의 풀밭」) 역시 하나의 목소리로 불륜을 담아내는 것이 가능한지, 하나의 통일된 서사를 보여준다는 것이 가능한지 되묻는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기혼 여성의 죽음에 대한 충동과 극복 과정을 내면 심리의 드라마로 보여주는「풍경, 스미다」는 얼핏 불륜과 무관해 보이지만, 욕망의 추구라는 정념이 부재할 때 여성의 삶은 죽음에 대한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작가는 불륜을 내세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 걸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가가 불륜을 담아내는 도구로 장편이 아니라 단편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단편의 길이가 불륜 이야기의 전모를 종합적으로 전달하기에 역부족인 것은 물론, 불륜의 이야기 중에서도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이 비교적 파국을 전후한 대목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해설」, 229쪽)

어느 문학평론가(최재서)의 말처럼 “장편소설이 독자 대중의 것이라면 단편소설은 작가 자신의 소설”이다. 박형숙의 소설집 역시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자신의 의도를 일일이 알려주지는 않는다. 「아홉 번째 고독」에서 작가는 아예 화자의 입을 빌려 “소설은 그냥 인간을 보여줄 뿐이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오.”(111쪽)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보여주려고 했던 바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욕망을 추구하는 여자들과 그런 여자를 사랑한다고 믿는 남자들. 새로운 구도 위에 놓인 인물들이라고 여겼던 그들의 행동은 자가당착에 가까웠다. 어쩌면 나는 조금은 잔인한 심정으로 잘난 체하지만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부끄러운 속내를 낱낱이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238쪽)

현실 속의 또 다른 현실로 제시되는 이들 불륜 이야기는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든 제도 안에서는 파국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소설집에서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남녀 관계 이면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욕망이 서로 엇갈린 채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불륜을 우리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로 그려낸 이 소설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깊이 있는 탐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는 작가 박형숙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박형숙(저자) :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협성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1993년 『실천문학』 가을호로 등단하였다. 소설이 자기 발견, 타자 발견의 창(窓)이라는 생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창작집으로 『부치지 않은 편지』가 있다.

목차

풀 스토리
한낮의 꿈
비행
아홉 번째 고독
칠월의 풀밭
린의 수치
풍경, 스미다
| 해설 |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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